# 요며칠 혁이는 젖을 먹고 나서 잘 올렸습니다. 원래 그리 자주 올리는 녀석이 아닌데, 요로감염으로 먹은 약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지요. 그런데 오늘 아침 혁이가 응가를 해서 기저귀를 갈려고 보니 찐득찐득한 곱똥이 아니겠어요. 엄마은 혁이가 이런 응가를 한 것을 처음 보았지요. 바로 소아과에 전활 해보니 기저귀를 들고 오라는군요. 아침 햇살을 맞으며 유모차에 혁이를 태우고 기저귀도 꽁꽁 싸서 소아과로 행했지요.
혁이네 집 근처에는 두개의 소아과가 있답니다. S소아과와 H소아과이지요. S소아과는 혁이네 집에서 2분 거리에, H소아과는 4분 거리에 있답니다. 둘다 가깝지요...^^ S소아과는 집에서 좀더 가깝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H소아과는 육아관련 베스트셀러를 쓴 선생님의 병원이라서 항상 사람이 많습니다. 혁이는 두 곳을 모두 가보았습니다. 소아과는 한 곳을 정해 놓고 다니면 좋지만 H소아과 선생님께 진료를 받고 싶어도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사람이 많아서 진료 시간이 짧은 단점이 있거든요. 혁이의 소변에서 노란 것이 묻어나온 날, 그러니까 요로 감염 진단을 받은 날, 엄마는 마음이 급해서 가장 빨리 도착해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S소아과엘 갔습니다.
혁이의 기저귀를 들고 S소아과 선생님께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은 엄마가 먹은 것을 확인해야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간호사선생님에게 어제, 그제 먹은 것을 모두 이야기했지요. 엄마의 식사는 단조로와서 사실 뭐 얘기하기 민망한 것이 많답니다. 하루 두 끼는 집에서 밥과 밑반찬으로 해결하고, 한 끼는 학원에서 먹으니까요.
그런데 간호사선생님이 이러는 겁니다.
"엄마, 먹은 거에 문제 많은 거 아시죠?"
엄마는 당최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o.O
"뭐가요?"
간호사선생님은 엄마가 불러서 적어놓은 기록을 체크하며 말합니다.
"일단 어묵은 아기 피부에 않좋구요. 김치는 고춧가루 때문에 드시면 안 되요. 참치도 문제가 있구요. 비빔밥엔 고추장 들어간 것 맞지요?"
말의 요지는 일단 고춧가루, 고추장 등의 매운 것들이 문제라는 건데요. 혁이엄마는 당연히도 매운 것들이 모유에 안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요. 그런 것도 모르는 엄마가 있을라구요. 근데 그 맵다는 기준이 보통 김치 정도는 괜찮다고 들었구요, 낙지볶음같이 아주 맵지 않은 것이면 괜찮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에서 산모들에게 김치는 준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매운 음식 때문에 아기 엉덩이가 빨개진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그것 때문에 설사를 한다는 얘기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답니다.
그런데 의사선생님 앞에 다시 가니까...
"엄마, 고춧가루는 한 톨도 드시면 안 돼요. 인스턴트, 한약, 철분제도 안 되구요. 하루 6끼 드셔야 해요."
뭐 일단 좋은 모유를 위해 음식을 가리는 것은 좋답니다. 헌데 혁이가 지금 갑자기 곱똥을 싼 건데요. 엄마의 음식은 하나두 변한 것이 없는데 혁이가 갑자기 설사를 하는 이유를 왜 모유, 엄마의 음식 때문이라고 하는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는 납득이 가질 않았어요.
"제가 먹은 건 먹던 대로 먹은 건데요. 왜 먹는 것에서 원인을 찾으시죠?"
"엄마 생각을 해보세요. 하나의 세포가 이만큼 커서 엄마 몸 밖으로 나왔는데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요. 엄마가 먹는 고춧가루 하나가 아기의 몸에 영향을 끼치게 되요. 직장 생활 때문에 낮엔 유축해서 먹인다는데 그게 아무래도 바로 먹이는 것보다 깨끗할 수 있겠어요...? 돌이 안 된 아기들은 요로감염에 잘 안 걸리거든요. 이 애기는 왜 걸렸겠어요...?"
엄마는 설사가 계속 진행이 되면 내일 다시 오라는 처방을 듣고 소아과를 나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질 않고 화가 나기 시작했어요.
첫째, 엄마가 먹는 음식이 변하지 않았는데, 혁이는 설사를 했습니다. 헌데 혁이엄마의 음식에서 원인을 찾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잘못 파악한 것입니다. 그 의사선생님은 그동안 아기가 견디다가 탈이 난 것이라고 했는데, 예민한 아기는 처음부터 반응하지 지금까지 참다가 반응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둘째, 고춧가루 한 톨 먹으면 안된다거나 하루 여섯끼니를 먹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입니다. 또한 아무리 찾아봐도 고춧가루로 인해 엉덩이가 빨개질 지언정 아기가 설사를 한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하루 여섯끼를 먹는다면 엄마의 몸은 아마도 만삭일 때보다 몸무게가 더 증가할 겁니다. 80일이 넘었으니 직장에 다니던 엄마들은 대부분은 복귀할 시점인데 더더욱 말이 되지 않습니다.
셋째, 요로감염도 엄마의 먹는 것 때문으로 몰고 가는 논리는 정말 참을 수가 없더군요. 물론 엄마의 잘못이 아기의 질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요. 헌데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 요로감염으로 진단 받았을 때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요로감염까지 엄마의 탓으로 들먹이는 건 납득이 안 가는 것을 떠나 엄마로서 정말 기분 나쁜 일이었습니다.
계속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의사는 왜 혁이의 모든 질환의 원인을 엄마의 음식으로 돌리려고 할까...? 엄마가 내린 결론은 의사로서 그게 가장 편한 방법이기 빼문이라는 겁니다.
<<엄마의 먹은 것이 아기에게 영향을 미친다. 좋은 것만 먹으면 당연히 아기에게 좋다. 그러니 소아과는 엄마들에게 순수한 것들(?)만을 먹을 것을 요구한다. 아기가 설사를 하면 엄마에게 먹은 것을 물어본다. 엄마들에게 먹은 것을 물으면 생후 2개월 이후는 대부분 매운 것이나 인스턴트를 먹고 있다. 그것에 대해 뭐라고 하면 엄마들은 죄인 같은 생각이 들어 아무 말도 못하고 아기가 아픈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버린다. 그러면 의사는 편하다. 설사 치료가 안되더라도 그 원인은 엄마에게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확대해석을 한 걸까요? 하여튼 아침부터 기분 영 나빠진 엄마는 그냥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H소아과로 갔지요. H소아와 의사에게 상황을 말했더니, 고춧가루는 미국고춧가루가 문제이지 한국고춧가루는 그렇게 제한할 필요가 없답니다. 미국고춧가루는 한국것에 비해 캡사이신이 3배 이상이어서 제한할 필요가 있지만 한국것은 그렇지 않다는 군요. 요로감염과 장염이 겹친 것이고, 장염 치료를 위해 후유까지 잘 먹이고 젖을 짤 때도 후유까지 다 짜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장염약과 요로감염 약도 함께요.
병원을 왔다갔다 하느라고 엄마는 밥도 못 먹도 출근 시간도 지나버렸지만 엄마는 H소아과에 다시 간 것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참았으면 계속 찜찜한 마음으로 진료를 받았을 테니까요.
솔직히 엄마는 의사들은 별로 신뢰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병원도 웬만하면 가지 않는 편이었지요. 그런데 혁이를 낳고 나서는 자주 병원에 가게됩니다. 그리고 의사들에게 의존합니다. 아기가 조금이라도 열이 있거나 기침을 하거나 변이 이상하면 엄마들은 놀랍니다. 그리고 의사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지요. 자기 몸이 아니라 아기의 몸이기에 더욱 그럽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일은 앞으로 S소아과는 가지 말고 H소아과만 가면 되는 문제일까요? 다른 소아과를 가본 건 아니지만 많은 의사들이 S소아과처럼 진료할 것입니다. 아기를 가진 엄마들은 그런 말을 듣고 자신을 책망하고, 아기가 아프기만 하면 엄마의 탓인냥 죄책감에 시달리겠지요. 하지만 소아과 의사선생님들, 선생님들이 굳이 그렇게 연결시키거나 갖다붙이지 않아도 엄마들은 아기가 아프면 우선 자신부터 돌아본답니다. 아무 상관이 없어도 자기 탓인 것처럼 생각하고 마음 아파한답니다. 그러지 좀 마시어요.
## 아참, 오늘 소아과에서 재보니 혁이 몸무게가 7.6KG 키는 65.3CM였답니다. 지금까지 아침부터 열받은 혁이 엄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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