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8일째] 강정마을 촛불문화제

아빠에게 힘을 주세요.

 강정마을에서 35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해군기지 철회, 평화 염원 강정 촛불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어스름이 깔리자 풍물패가 풍물로 흥을 돋웁니다.

어르신들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춥니다.


양홍찬 위원장님(강정 해군기지 반대위원회)은 인사말을 통해 ‘마을회장 사퇴, 주민총회 개최’를 촉구하였습니다. 또한 주민들이 힘을 모아 살만한 강정, 군사기지 없는 강정으로 다시금 만들어 가자고 하였습니다.

 


 

제주에 이사온지 5년 되었다는 가수 홍성남 님이 “아름다운 제주에 살고 싶었습니다. 군사기지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말문을 열더니 ‘아름다운 강산’을 부릅니다.

주민들은 모두 일어나 환호합니다.

십대 청소년들의 열광 못지 않습니다.

멋진 무대도 조명도 없지만 그 어떤 유명 가수의 콘서트보다 빛나는 자리였습니다.

 


 

지난번 제주 도민대회에서 열창을 해주었던 가수 최상돈 님이 오늘도 함께 하였습니다. 어르신, 아이들, 모두와 함께 ‘고향의 봄’을 불렀습니다.

주민들이 노래하고 가수 최상돈 님이 무대에서 귀를 기울여 듣습니다.

“너영 나영 해군기지 절대 안돼. 아침에 우는 새도 해군기지 절대 안돼. 저녁에 우는 새도 해군기지 절대 안돼.”

“삼촌들, 더 크게 합써”

제주 말 ‘삼촌’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삼촌들은 더 크게 노래하고 더 크게 구호를 외치고 더 크게 웃습니다.

 


 

강정초등학교 5학년 윤소원 어린이가 ‘아빠에게 힘을 주세요’라는 제목의 시를 낭독하였습니다.

촛불을 밝히고 귀를 기울입니다.


아빠에게 힘을 주세요


윤소원 (강정초 5)


새가 울고 꽃이 피고

물빛 은어가 바다에서 노래하는

아름다운 우리 마을


보릿고개 모진 가난에도

웃으며 웃으며 마을을 지켜 나가시던

우리네 할아버지들


그렇지요.

언제나 우리 마을은 하나였지요.

아랫집 윗집 사이에 돌담은 있어도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들이

하늘보다 푸르게 피어났지요.


어려서 세상을 모른다고

어른들은 저에게 말을 해도

저의 귓가에 들리는 건

바람 소리만이 아니지요.


해군기지 해군기지....

제 귓가에는 요즘 이 소리만 들려오지요.


평화와 자유와 사랑은

우리가 지켜야할 소중한 이름이라고

어른들이 가르쳐 주었잖아요.

돈보다 진실된 마음이 중요하다고

그랬잖아요.


눈을 뜨면 바라보던 바다를 잃고 싶지 않아요.

군사 도시가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강아지 풀, 억새꽃을 바라보며

친구들과 지금처럼 그렇게 놀고 싶어요.


아빠가 꿈을 꾸며 자란 우리 마을에서

우리들이 평화롭게 웃으며 자라게 해주는건

어른들 책임이잖아요.


그래요. 어려서 잘은 몰라요.

알고 있는 건 아빠의 길은

언제나 옳은 길이었다고,

잠 못 드시면서도 마을은 지켜야 한다는

젖은 목소리를 들으면

저도 큰 목소리로 외친답니다.

“해군기지 건설을 절대 반대합니다.”

“아빠에게 힘을 주세요.”

 


 

마지막 순서로 호소문 낭독이 있었습니다.

강동균 (강정 해군기지 반대위원회 공동위원장) 님은 호소문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이 우리 마을 강정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거대 공권력에 맞서 마을을 지키려는 우리들의 투쟁에 많은 사람들이 격려를 보내고 있습니다.”고 하였습니다. “대통령의 뜻보다도 도지사의 뜻보다도 더 중요한 건 그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야 할 주민들의 뜻임을 분명히 밝혀 두는 바입니다.”며 “힘이 들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주저앉지 말고 우리 마을을 가장 평화의 땅으로 만들어 갑시다.”라고 하였습니다.

 


촛불이 넘실대는 평화로운 강정의 밤이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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