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학은 분석의학이다. 자연의 비밀을 들춰내고, 하나하나 분석하는 방향으로는 뛰어나나 그것이 전체적인 모습에서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 파악하기는 힘들다. 반면에 진단이나 치료에 있어서 인간은 언제나 우주의 일부분이고, 입술도 손톱도 머리카락도 신체의 일부분임과 동시에 우주의 일부분임을 강조하는 한의학에서는 분석적인 부분은 상대적으로 취약할지 모르나 그것이 전체적으로 어떠한 작용, 기능을 하는지 밝혀내는 데는 뛰어난 점이 있다.


그렇기에 서양의학이 병을 치료함에 있어서 심장병이나 귓병, 콧병등 부분별로 치료하는 데 비해서 한의학은 신체를 부분별이 아닌 유형별로 치료한다. 한의학에서는 신체의 유형에는 기운의 많고 적음, 장부기능의 대소 등에 따라 유형과 체질을 나누고 이에 따른 치료 내용이 달라진다. 같은 병이라도 체질에 따라 치료가 다르고, 같은 체질의 유형이라도 그 증상의 허실에 따라 치료법 또한 달라지게 된다. 비옥한 밭과 메마른 밭의 밭갈이 방법이 다르듯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체질, 유형에 따라 치료를 달리 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서양의학은 좀 더 분석적, 유형적, 세부적으로 병의 실체를 찾아가다 보니 결국 병을 걸린 사람을 보기보다는 그 사람의 병에 걸린 국소 부위, 심하게는 병만을 보게 되었다. 한의학의 경우 전체적인 작용, 기능, 증상의 허실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므로 병자체를 보기 보다는 병에 걸린 환자의 상태나, 환경에 더 관심을 두게 된다. 


예를 들어 기침과 가래를 주 증상으로 하는 환자가 병원에 갔을 경우, 그 환자가 마르거나 뚱뚱하거나, 노인이거나 어린이, 남자거나 여자인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기침과 가래가 주요 증상인 감기라는 부분적 사실이 중요하다. 환자의 유형과 체질, 성별, 나이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지 않는다. 달라진다 하더라도 쓰이는 진해거담제의 용량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같은 기침, 가래를 주증으로 하는 감기라 할지라도, 습기가 많은 노인의 고질적인 기침, 가래의 경우에는 자음강화탕(滋陰降火湯)을, 담배를 많이 피우고 체격이 좋은 근육이 튼실한 사람이 기침 가래의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괄여지실탕(括呂枳實湯), 이른 아침에 가래가 많이 나오는 사람은 청폐탕(淸肺湯)등을 쓰며, 삼소음(三蘇飮), 소청룡탕(小靑龍湯), 패독산(敗毒散)등 같은 증상에 따라서 쓰는 처방은 천차만별이 된다.

  

또한 최근 의학계의 방법론적 흐름에서 살펴 볼 때, 서양의학의 특징은 과학적 사고를 기본을 하는 ‘근거중심의학(EBM, Evidence based medicine)'이라 할 수 있고, 한의학은 개별적 특성을 중시하는 ’경험중심의학(NBM, Narrative Based Medicine)'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1992년 기얏(Gordon Guyatt) 등에 의해 명명된 근거중심의학(EBM)은 임상의학의 새로운 방법론이다. 근거중심의학은 직관, 비체계적 임상경험, 병태생리학적 이론적 논거 보다는 임상에 직접 이용할 수 있는 근거, 특히 무작위 대조실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과거 논문들의 체계적 고찰(systematic reviews of a series of trials), 메타분석, 임상적 응용이 가능하게 광범위한 정보의 수집과 전파를 중시하는 연구중심의 의료(research-based practice)이다. 이러한 근거중심의학(EBM)의 장점은 과학적 임상연구를 통해 얻은 근거를 토대로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이다. 


반면에 한의학은 전통적 치료 경험을 중시하며, 직관이나 환자 개인의 특징이나 환경에 따른 치료 행위를 우선시하는 경험중심의학(NBM)'이다. 세계적 면역학자인 아보 도오루는 “최근 의학계의 흐름은 EBM, 즉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치료법을 지나치게 맹종하고 있다. 과학적 근거도 필요하지만 여기에 너무 집착하면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치료하는데 더욱 많은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EBM과는 달리 환자 개개인의 체질, 생활 패턴, 생활환경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치료를 해 나가는 NBM, 즉 개별적 특성에 기초한 치료법이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최근의 서양의학은 EBM을, 한의학은 NBM을 특징으로 하고 있지만, 점차 서로의 특징이 섞여가는 것이 대세가 될 것이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최첨단 치료는 아마 유전자 요법일 것이다. 인체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에 힘입어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개개인에 특성에 따른 치료를 중시하는 경향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개인의 체질에 따라 비타민제 처방도 틀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병증을 각 개인의 특징에 맞추어 치료해야 한다는 사고가 이미 오래 전부터 강조되고 있었다.

 

<동의보감> 가장 첫머리에 환자의 체질별 특징인 형(形) ․ 색(色) ․ 맥(脈)에 따라 그 치료법은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무릇 사람의 형체는 긴 것과 짧음의 차이, 큰 것과 작은 것, 뚱뚱한 것과 마른 것의 차이가 있다. 사람의 피부는 흰 것과 검은 것의 차이가 있고, 색의 여림과 무성함의 차이, 얇고 두터움의 차이가 있다. 뚱뚱한 사람은 습(濕)이 많고, 마른 이는 화(火)가 많으며, 피부가 흰 사람은 폐기(肺氣)가 약하고, 검은 사람은 신기(腎氣)가 부족하다. 사람의 형색(形色)이 다르듯 속에 있는 장부(臟腑)의 상태 또한 다르니, 비록 밖으로는 같은 증후가 나타날지라도 치료법은 확연히 다르다.

(凡人之形 長不及短 大不及小 肥不及瘦 人之色 白不及黑 嫩不及蒼 薄不及厚 而況肥人濕多 瘦人火多 白者肺氣虛 黑者腎氣不足 形色旣殊 臟腑亦異 外證雖同 治法逈別)“


반면 우리의 한의계내에서도 새로운 한의학의 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현재의학의 조류를 알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한의학의 EBM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는 이러한 부분의 연구가 한의학적 이론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형태로, 현대 과학적 시각으로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미흡한 부분이지만, 점차 개선되어 나가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간단하게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비교를 통해 한의학을 알아보았다. 한의사인 내게 간혹 한의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오는 질문에 나는 가끔 하루야마 시게오가 ‘뇌내혁명’에서 기술한 내용을 인용하곤 한다.

 

"서양 의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동양 의학의 효능성에 관해 한층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송파이투스 동네 사랑방 앤의 오두막 오예스론 Mymob 다솜이네 루시 준영s STORY 호텔ks 여주씨씨
이 글의 관련글
2주간 인기글
  • 나를 살린 자연식 밥상 - 김옥경(HitPoint : 422point)
  • 트랙백 주소 :: http://asamo.co.kr/trackback/161

    댓글을 달아 주세요